“교통사고로 당한 남편은 ‘식물인간’ 상태였습니다. 저는 남편의 간호, 시부모님 봉양, 양육을 비롯해 집안의 모든 생계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 짐은 너무 버거웠습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나를 제일 아껴주던 남편과 내 목숨보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힘을 냈습니다. 2년 정도가 지난 어느 날 남편의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기적’이었습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중앙회장 김정록, 이하 지장협)가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개최한 ‘2010 전국 중증장애인 배우자 초청대회’ 석상에서 참석자들의 얼굴이 갑자기 숙연해 졌다.
이날 ‘
장한 배우자상’(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한 안순희씨가 수기를 발표하며,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 씨는 14년 전만해도 성실한 남편, 두 아이와 함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냈다. 삶이 바뀐 것은 한통의 전화로 인해서였다. 남편 고외택(48세, 지체장애1급)씨의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한 버스와 충돌했다는 것. 남편은 뇌를 다쳐 의식을 찾지 못하는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이로 인해 가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특히 안 씨는 남편 병간호, 아무것도 모르는 두 아이를 챙겨야하는 상황인데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더욱 힘들었다.
수기를 낭독하던 안 씨는 그 당시를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다는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사막의 시간’이었다. 더는 살 여력이 없어 몇 번이나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했었다”고 밝히며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안 씨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힘을 냈다. 남편을 극진히 간호하는 것은 물론, 두 아이를 건강하고 바르게 키우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2년 정도가 지난 어느날 의식도 없이 코에 연결된 호스를 통해 영양죽으로 연명하던 남편의 의식이 ‘기적’처럼 돌아왔고, 휠체어를 타고 거동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TV프로그램 ‘1박2일’에 나오는 곳으로 여행을 다닐 정도로 행복함이 가득하다.
안 씨는 수상 소감을 통해 “너무도 힘들었던 그때를 떠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상을 받는다는 사실이 솔직히 별로 기쁘지는 않았다”면서도 “도로에 턱이 너무 많아 휠체어를 탄 남편이 원하는 곳을 다니기에도 힘들다”고 ‘무장애환경’에 대한 소망을 이야기했다.
한편 ‘2010 전국중증장애인배우자초청대회’는 지난 18일과 19일 양일 동안 열렸다. 첫날에는 ‘개회식 및 시상식’, 김세옥 청와대 전 경호실장의 ‘명사강연’, 국악공연단과 인기가수의 ‘축하공연’, ‘만찬’ 등이 실시됐다. 둘째 날에는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관람이 진행됐다.
첫날 시상식에서는 안 씨를 비롯해 박성호·고윤옥·오정은·엄정숙 씨가 ‘아름다운 배우자상’(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박종원·정순희 씨는 ‘자립상’(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또한 이점자·박영주 씨는 각각 ‘가화상’(여성가족부장관상)과 ‘특별상’(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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