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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 다정한사람들★ 조선일보 - [함께사는 사회]
✍️ 다정한사람들 📅 2010.07.22 00:00 👁 162
[함께사는 사회] 결핵환자 ‘보금자리’ 이정재 이사장

"결핵 낫게해주면 환자 위해 살겠노라고 맹세했죠"
“기사에 계좌 번호를 꼭 넣어 주세요. 그래야 이 사람들이 삽니다.”
‘사랑의 보금자리’ 이정재(李正宰·66) 이사장은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매달 10여명씩 죽어 이 동네를 떠난다”며 “성금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꼭 도와달라”고 재차 ‘떼’를 썼다.
33년 동안 버려진 결핵 환자의 친구로 살며, 550억원이나 되는 전 재산을 쾌척(快擲)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면 ‘불쾌하고 막무가내인 사람’으로 오해할 뻔했다.
전남 장흥에서 5남4녀 중 여덟째로 태어난 이 이사장은 목포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독학(獨學)을 위해 무작정 상경했다.
공사판을 전전하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공부해 3년 만에 서울대 농화학과에 합격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엔 의약품 원자재를 수입·납품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졸업 이듬해엔 식품 첨가물을 생산하는 영성화학을 세웠다.
대학 1학년 때 걸린 결핵이 아주 조금씩 악화되고 있었지만, 그는 ‘돈 버는 재미’에 몸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30세쯤부터 결핵이 눈에 띄게 심해지더니, 그 이듬해인가는 서울대병원에서 ‘죽는다’고 하더군요. 그때쯤 서대문병원과 결핵촌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결핵환자들의 실정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살려만 주면 평생 버려진 결핵환자를 위해 살겠다’고 기도했죠.” 33세인 1969년, 이 이사장은 기적처럼 결핵이 완치됐다.
약속한 대로 매일 오후 3~4시가 되면 만사를 제쳐놓고 결핵마을로 달려갔고, 가파르고 지저분한 산동네 가가호호(家家戶戶)를 방문해 아무도 잡아주지 않는 그들의 손을 잡았다.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개나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이는 일. 극심한 영양결핍 때문에 병을 얻은 환자들은 병원서 치료받아 결핵균이 없어지더라도 다시 산동네로 돌아와 영양부족 상황에 직면하면서 병이 재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고 싶은 욕심’을 갖게 하는 것도 못지않게 절실했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몸까지 망가진 그들에게 삶과 죽음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하루 걸러 한 명씩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 그들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제 차례’를 기다리는 듯도 했다.
이 이사장은 1970년 사재를 털어 마을 입구에 베데스다교회를 세웠고, 종교와 삶과 희망을 그들에게 심었다.
이 이사장의 꿈은 버려진 결핵환자들을 위한 복지타운을 만드는 것.
이를 위해 지난해엔 금싸라기 같은 서울 종로 YMCA 부근 땅 500평과 인천시 내오리 임야 1만9000평, 현금 26억원 등 전 재산 550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보금자리’를 설립했다.
부동산 관리회사인 ㈜영성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전 재산을 출연한 뒤에도 매월 1500만원씩 내놓고 있다.
그는 “매월 1만원씩만 약정(約定)해 도와주면 상처받고 버려진 그들도 따뜻한 방에서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꼭 부탁한다”며 손을 꽉 쥐었다.

林昊俊기자 hjlim@chosun.com
입력 : 2002.04.02 18:5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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